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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번 아웃 겪은 후기 - 멈추지 않고 달리다가 폭발

by 아이꾸준기술사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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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정리] 번 아웃 겪은 후기 - 멈추지 않고 달리다가 폭발

번아웃

여러분은 번 아웃 증상을 겪어보았는가? 오늘 번 아웃 증상을 겪고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인생 처음으로 번 아웃을 느껴보았다. 내가 이중인격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대화를 하는 건지 내 몸 껍데기가 대화를 하는 건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당장 그 자리를 뛰쳐나오고 싶었다. 정신만큼은 그랬다. 하지만 몸은 나올 수 없었다. 정해진 할당량을 채워야 했기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옥상으로 올라갔다. 마음이 너무나 답답했다.

어제부터 몸의 증상이 이상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유튜브를 보는 데 그게 끊겨서 기억이 된다. 쉽게 말해 유튜브를 중간중간 끊어서 보는 것과 같은 증상이었다. 그게 계속 지속되었다. 처음에는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거니 싶었다. 그런데 자고 일어나서 공부를 하는데도 계속 똑같은 증상이 계속되었다. 뭐지? 나 어디 아픈가?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증상이었다. 기존에 앓던 지병이나 두통같은 건 없었다. 다만 한가지 달라진 게 있다면 근 2달을 휴식없이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달려왔다는 거다. 이번 번아웃 증상을 통해 느낀점을 정리하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까 싶어 적어본다.

 

 

번아웃이란?


burn out

번역하자면 '타버리다, 하얗게 불태우다.' 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의학적 용어로 번아웃이란,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기력이 소진되어 무기력증, 우울증 따위에 빠지는 현상을 뜻한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몸과 뇌의 대화로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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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야, 주인 좀 쉬어야 하는 거 아니냐? 나 너무 힘들어

뇌: 그러게 말야. 내가 강제로 스위치를 꺼야겠어.

뇌가 강제로 스위치를 끄는 것이 번아웃.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휴식이 정말 중요하다. 오늘 정말 많이 느꼈다. 하루 종일 10시간 20시간 공부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10시간 공부를 1년, 2년, 3년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거다. 하루 정도는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도 된다.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다시 한 주간 달릴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어떤 기계도 쉼 없이 돌아가지 못한다. 지구 상에 그럴 수 있는 물체는 아무것도 없다. 뭐든지 휴식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등 인간이라고 쉼 없이 공부하는 게 가능할까? 절대 아니다.

그 동안 하루 10시간 넘게 시간을 들이며 공부를 했다. 인생에서 시간이라는 건 참 특이하다. 다른 곳에서 시간을 빼와야 시간을 들일 수 있다. 시간이라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1분 1초가 아까워 잠도 줄여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처음 한달은 버틸만했다. 이렇게만 하다보면 합격하겠지라고 생각했다. 2달째 되는 날, 바로 이 글을 쓰는 어제, 번아웃 증상이 나타났다. 처음엔 뭐지 싶었다. 번아웃을 처음 겪어보니 당연한 증상이었다. 공부하는 게 하나도 머릿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내 뇌가 일부러 지식들을 다 튕겨냈다. 하나도 빠짐없이. 그래서 수업을 듣는 데 전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여자친구와 엄마에게 전화를 하면서 펑펑 울었다. 나 너무 힘들다고. 힘든 거 맞았다. 몸 보다는 뇌가 힘든 게 맞았다. 뇌가 힘드니 스스로 스위치를 꺼버리고 OFF상태가 된 것이다. OFF 상태가 된 뇌에 지식을 우겨넣으니 그게 들어가겠는가.

 

 

번 아웃을 통해 휴식의 중요성을 깨닫다


내가 번아웃이 온 이유는 두 가지다. 1) 휴식시간을 갖지 않는 것 2) 한 순간도 머리를 비우지 않은 것. 나는 아직 젊으니 괜찮겠지 싶어, 2달 동안 단 하루도 휴식없이 온종일 공부에 집중했다. 틈만 나면 책을 폈다. 게임도 일체 끊고 노래도 듣지 않았다. 노래 때문에 내 공부를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였다. 이제는 깨달았다. 나의 뇌를 위해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걸. 단, 쉬는 시간에 유튜브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하는 등 무언가를 보고 나의 뇌에 입력하는 Upload 행위는 해서는 안된다. 그런 행위 자체도 뇌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다. 즉, 우리는 뇌를 위해 Deload해야 한다. 내려놓는 거다. 생각과 정신을 내려놓는 거다. 뇌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는 거다. 그간 공부했던 내용들을 뇌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세상에 어떤 생물, 어떤 기계도 24시간 돌아가지 않는다. 돌고래 마저도 뇌를 반반씩 재운다. 우리는 뇌를 돌고래처럼 쉬게 만들 수 없기에 잠을 자는 것이다. 잠을 자는 것 이외에도 우리 몸에는 휴식이 필요한 거다. 그걸 이번 번아웃을 통해 톡톡히 느꼈다. 그래서 이번 번아웃을 통해 나의 행동을 몇 가지 바꿔보려 한다.

 

1) 2주에 한번은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것

2) 매일 20분 이상 운동을 하며 머릿속을 비울 것

3) 강의를 듣는 고강도의 Upload 행동을 할 때는 쉬는 시간에 반드시 밖에 나가 가사 없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할 것

 

위 3가지 행동변화가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아직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나의 뇌를 쉬게 해주는 것에는 분명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나는 하루 이틀 살다 죽을 사람이 아니다. 적어도 100년을 살 것이다. 그러면 100년을 살 사람처럼 행동해야지 100년을 살 사람이 1년을 살 사람처럼 행동하면 100년은 커녕 6개월도 살기 힘들게 된다.

 

 

그래도 번 아웃이 온 게 한편으론 뿌듯하다.


사실 내가 열심히 하지도 않았다면 번 아웃 같은 건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해야 몸이 피로하고 쉬어주어야 하는데 쉬지 않고 달리다 보니 번아웃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간 열심히 해온 게 뿌듯한 순간이기도 했으나 사실 아파서 생각나지도 않았다. 내가 번아웃을 겪은 건 내가 열심히 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열심히 하지도 않았으면 뇌는 힘들지 않았을 것이고 번아웃도 오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번아웃을 겪은 분이 이 글을 보고 있다면 우선 휴식시간을 갖되, 스스로 자부심도 가져라. 열심히 한 자만이 겪을 수 있는 증상이 바로 번아웃이다.

여러분이 만약 번아웃을 겪게 된다면, 우선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내려놓아라. 잠깐 내려놓아라. 하루 이틀 안한다고 안죽는다. 하루 이틀 안한다고 목표 달성 못하는 거 아니다. 우리는 길게 보아야 한다. 숲을 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거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무엇을 할 때 아무생각 없이 머릿속을 비울 수 있는지 되돌아보아라. 그리고 그걸 찾았다면 내가 좋아하는 걸 해봐라. (단, TV시청, 유튜브, 인터넷 서핑은 추천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면서 생각을 비울 수 있는 행위를 추천한다)

번아웃을 겪고 계신분이라면, 스스로를 너무 비난하지 말고 자부심을 가져라. 번아웃도 성실히 노력한 자에게만 오는 일종의 선물이다. 고통이 있지만, 그것은 나를 좀 봐달라는 신호이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회복의 시간을 가진다면 다시 일어나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나아갈때는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며 나아가라. 방향이 맞다면 원하는 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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