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시장 화재,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이유 2가지
1. 서천시장 화재, 재산피해액 823억에 달해
서천군의 서천특화시장에서 지난 1월 22일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부상 28명으로 사망자는 없었으나 재산피해핵이 823억에 달한다. 시장의 특성상 화재하중이 높기 때문에 화재가 한번 발생하면 화재확산이 매우 빠르다. 화재알림설비 등 시장에는 전용의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법률이 제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왜 화재를 막지 못한 것일까? 그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2. 가연성 SMC 천장재
이번 서천시장 화재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SMC(Sheet Molding Compound)이다.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SMC는 가볍고 단열성이 높아 마감재로 사용된다. SMC의 위험성은 2019년 경기도 용인소방서에서 발표한 'Outer Flashover 메커니즘 정립 및 입증에 관한 연구' 논문에 따르면 SMC는 점화 150초 만에 표면에 불이 붙고, 180초 후에는 천장 속 단열재까지 연소되었다. 이때 화염온도는 1152도에 달했으며 고분자 가연성 재료는 독성가스도 매우 많이 배출된다.
서천시장은 2015년 현대화사업을 통해 기존의 천장재가 불연재였거나 마감재가 없었다. 만약 현대화사업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피해가 막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현대화사업을 하려고 했을까..?)
SMC가 설치되면 반자와 천장 사이에 일정 공간이 생긴다. SMC가 연소하게 되면 부력으로 인해 연기와 연소생성물이 천장과 반자 사이 공간에 체류하게 된다. 점점 농도가 짙어지고 가연성가스 양이 늘어나다가 화염에 의해 불이 붙게되면 flashfire가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UVCE 급의 폭발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EPS(Expanded PolyStyrene, 발포 폴리스티렌)이라 하는 샌드위치 패널도 사용되었다. 그라스울, 미네랄울이 아닌 가연성 샌드위치 패널은 화재를 키우는 요인 중에 하나다. 예전에는 정말 많이 사용되었고 부산스위트골든호텔 화재도 샌드위치 패널로 인해 건물 전체가 발화한 사례다.
3. 늦게 동작한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 (+ 속보설비)
수손피해 및 동파 방지를 위해 국내에는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가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준비작동식 스프링클러는 작동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 감지기에서 화재를 감지해야 하는데 교차회로 방식이 적용되었다면 소화수 분출이 훨씬 늦게 이뤄진다.
이번 서천시장 화재의 확대 원인 중 하나는 비정상적인 화재감지시스템이었다. 화재발생 당일 CCTV로 확인된 화재발생은 오후 10시 52분, 119 상황실로 자동화재속보가 이뤄진 건 16분이 지난 11시 8분이었다. 화재속보설비가 16분이나 늦게 동작한건 무언가 이상하다. 화재안전기준에 따라 자동화재속보설비는 20초 이내 소방관서로 화재소식을 자동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제때 동작하지 못한 것이다.
현장에서 소화수조(물탱크)가 비어있던 것이 확인되어 스프링클러는 작동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스프링클러가 작동한 것인지는 미지수다. 스프링클러는 작동했으나 화재 초기에 작동하지 않아 ADD(실제살수밀도)가 낮아 소화가 되지 못한 것이다. 스프링클러는 작동되는 시점(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다. (RDD > ADD가 되기 때문에 스프링클러가 작동해도 정작 소화는 되지 않는다.)
다른 소방시설이 완벽했다고 하고, 점검때도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비정상 작동의 원인을 찾으려면 수신기 로그기록을 조회해야 하는데, 화재로 인해 수신기가 전소되었다.
가연물이 많고 화재 위험이 높은 시장과 같은 장소는 습식을 설치해야 하며 수손피해 우려가 크다면 하다못해 건식이라도 설치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4. 결론
이번 서천시장 화재를 통해 느낀것은 건축과 소방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점이다. 아무리 소방시설이 잘 구비되어 있어도 16분이나 늦게 동작할 수 있다. 결국 가연물을 줄이는 게 핵심인데, 가연물로 대부분의 건축물을 뒤덮었으니 화재가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소방시설도 중요하지만 마감재와 같은 건축적 요소도 매우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이번 서천시장 화재가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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